Calliope · 오늘의 시
경이와 겸손 — 담벼락 틈에 핀 작은 꽃 한 송이를 뿌리째 손에 쥐고, 이토록 작은 것 하나조차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자리; 그러나 만일 이 꽃이 무엇인지 뿌리까지 낱낱이 알 수 있다면 신이 무엇이고 사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리라는 것—오래 배우고 쌓아 온 후반생에 이르러, 다 안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가장 작은 것 앞에서 다시 물음을 여는 마음

Flower in the Crannied Wall

Alfred Tennyson (앨프리드 테니슨) · 1869 (《The Holy Grail and Other Poems》 수록)

Flower in the crannied wall,
갈라진 담벼락 틈에 핀 꽃이여,
I pluck you out of the crannies,
나는 그 틈에서 너를 뽑아 든다,
I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뿌리째 너를 이렇게 내 손 안에 쥐고 있다,
Little flower—but if I could understand
작은 꽃이여—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만 있다면
What you are, root and all, and all in all,
네가 무엇인지, 뿌리째, 그 전부의 전부까지도,
I should know what God and man is.
나는 신이 무엇이고 사람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The Holy Grail and Other Poems》(1869) 수록

단상

테니슨은 담벼락 틈에서 꽃 한 송이를 뽑아 뿌리째 손에 쥔다. 그러고는 이 작은 것 하나조차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만일 이 꽃이 무엇인지 뿌리까지 알 수 있다면 신이 무엇이고 사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리라 말한다. 오래 배우고 쌓아 온 사람일수록 손바닥 위 작은 생명 앞에서 '나는 아직 모른다'고 말하기가 외려 어려운데, 다 안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물음으로 열린다.

PPAI Lab · 앱 소개
하찮은 깨달음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 익숙한 하루를, 존엄의 시선으로 잠깐 다시 보기. 매일 한 편.

자세히 보기 →
오늘의 질문

오래 곁에 두어 다 안다고 여겨 온 것 하나를 새삼 손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볼 때, 그 안에 아직 열어 보지 못한 문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오늘의 익스프레션

“I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뿌리째, 나는 너를 이렇게 내 손 안에 쥐고 있다,

'root and all'은 '뿌리까지 통째로'라는 뜻입니다. 꽃을 꺾되 잎이나 꽃잎만이 아니라 흙 속에 감춰진 뿌리째 손에 쥔다는 말이지요. 무엇을 안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그 아래 숨은 것까지 통째로 들여다보는 일임을, 이 한마디가 조용히 일러 줍니다.

매일 아침, 카톡으로 받기

카카오로 한 번만 연결하면, 매일 아침 오늘의 시와 묵상이
나와의 채팅으로 조용히 도착합니다.

카카오로 구독하기

구독 시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동의가 필요해요. 해지는 언제든 한 번에 가능해요.

내 책갈피 보기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