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ope · 오늘의 시
이어지는 생명의 노래 — 여름 메뚜기의 소리가 잦아들면 겨울 난롯가 귀뚜라미가 그 노래를 이어받고, 졸음에 잠긴 이의 귀엔 그 겨울 소리가 다시 여름 언덕의 메뚜기로 돌아온다; 계절과 목소리가 바뀔 뿐 대지의 시는 어느 저녁에도 끊긴 적 없다는, 삶의 겨울에 이르러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울리는 생명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마음

On the Grasshopper and Cricket

John Keats (존 키츠) · 1817

The Poetry of earth is never dead:
대지의 시는 결코 죽지 않는다:
When all the birds are faint with the hot sun,
모든 새가 뜨거운 해에 지쳐 늘어질 때,
And hide in cooling trees, a voice will run
서늘한 나무 그늘로 숨어들 때에도, 한 목소리가 달려간다
From hedge to hedge about the new-mown mead;
울타리에서 울타리로, 갓 베어 낸 풀밭을 따라;
That is the Grasshopper's—he takes the lead
그것은 메뚜기의 것 — 그가 앞장선다
In summer luxury,—he has never done
여름의 풍요 속에서, — 그는 결코 멈춘 적이 없다
With his delights; for when tired out with fun
제 즐거움에서; 흥에 겨워 지치면
He rests at ease beneath some pleasant weed.
어느 편안한 풀잎 아래서 느긋이 쉰다.
The poetry of earth is ceasing never:
대지의 시는 결코 그치는 법이 없다:
On a lone winter evening, when the frost
외로운 겨울 저녁, 서리가
Has wrought a silence, from the stove there shrills
정적을 빚어낼 때, 난롯가에서 날카로이 울려 나오는
The Cricket's song, in warmth increasing ever,
귀뚜라미의 노래, 온기 속에 점점 더 커져 가는,
And seems to one in drowsiness half lost,
졸음에 반쯤 잠긴 이에게는 그 소리가
The Grasshopper's among some grassy hills.
풀 우거진 언덕의 메뚜기 소리처럼 들린다.

1816년 작, 시집 《Poems》(1817) 수록

단상

여름내 울려 퍼지던 메뚜기의 소리가 잦아들면, 이제 대지의 음악도 끝났나 싶어진다. 그러나 키츠는 첫 줄에서 못 박듯 말한다 — 대지의 시는 결코 죽지 않는다고. 뜨거운 여름의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겨울 난롯가의 귀뚜라미가 조용히 그 노래를 이어받고, 졸음에 반쯤 잠긴 이의 귀에는 그 겨울 소리가 다시 여름 언덕의 메뚜기 소리로 돌아온다. 계절이 바뀌고 목소리가 바뀔 뿐, 살아 있는 것들의 노래는 어느 저녁에도 끊긴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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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여름내 울던 소리가 문득 잦아든 자리에서, 그 노래가 정말 끝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소리로 옮겨 앉은 것인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요.

오늘의 익스프레션

“The Poetry of earth is never dead”

대지의 시는 결코 죽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시 전체를 떠받친다. never dead, 짧고 단단한 이 말이 뒤에 올 여름 메뚜기와 겨울 귀뚜라미의 노래를 미리 끌어안는다.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보면, 사라진 줄 알았던 것들이 실은 목소리를 바꿔 여태 곁에 있었음을 나직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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