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ope · 오늘의 시
일과 희망 — 모두가 분주한 계절에 홀로 손을 놓게 될 때; 애씀이 헛되지 않으려면 바랄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그 바람마저 향할 대상이 없으면 이내 사그라든다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자리

Work Without Hope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Samuel Taylor Coleridge) · 1825

All Nature seems at work. Slugs leave their lair—
온 자연이 일에 나선 듯하다. 민달팽이는 굴을 나서고—
The bees are stirring—birds are on the wing—
벌들은 부산하고—새들은 날갯짓하고—
And Winter slumbering in the open air,
겨울마저 노천에서 선잠을 자며,
Wears on his smiling face a dream of Spring!
웃는 얼굴에 봄의 꿈을 띠고 있다!
And I the while, the sole unbusy thing,
그런데 나만은 그동안, 홀로 바쁘지 않은 것이 되어,
Nor honey make, nor pair, nor build, nor sing.
꿀도 빚지 못하고, 짝짓지도, 짓지도, 노래하지도 못한다.
Yet well I ken the banks where amaranths blow,
그래도 나는 아마란스 피어나는 언덕을 잘 알고,
Have traced the fount whence streams of nectar flow.
감로가 흘러나오는 샘의 근원까지 짚어 왔다.
Bloom, O ye amaranths! bloom for whom ye may,
피어라, 아마란스여! 누구를 위해서든 피어라,
For me ye bloom not! Glide, rich streams, away!
나를 위해선 피지 않으니! 흘러라, 풍요로운 물줄기여, 멀리!
With lips unbrightened, wreathless brow, I stroll:
빛기 없는 입술로, 화관도 없는 이마로, 나는 거닌다:
And would you learn the spells that drowse my soul?
내 영혼을 잠재우는 그 주문을 알고 싶은가?
Work without Hope draws nectar in a sieve,
희망 없는 노동은 체로 감로를 긷는 일,
And Hope without an object cannot live.
그리고 대상 없는 희망은 살아남지 못한다.

1825년 2월 21일 지음, 1825년 《The Bijou》 연간지에 첫 발표 후 1828년 《시집(Poetical Works)》 수록

단상

봄기운에 온 자연이 부산한데 시인만 홀로 손을 놓고 서 있다. 꿀도 빚지 못하고 노래도 못 하는 자신을 게으르다 꾸짖는 대신, 그는 왜 마음이 이토록 잠들었는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감로가 어디서 솟는지 훤히 알면서도 긷지 못하는 것은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 물을 받아 담을 바람 하나가 비어 있어서다. 할 일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자꾸 가라앉는 계절, 우리에게 모자란 것은 부지런함이 아니라 아침마다 눈을 뜨게 할 단 하나의 바랄 것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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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e

함께 한 주를 돌아보는 커플 다이어리. 우리가 안에 쓴 것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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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모두가 분주한 계절에 홀로 손을 놓게 될 때,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할 바람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오늘의 익스프레션

“Work without Hope draws nectar in a sieve”

희망 없는 노동은 체로 감로를 긷는 일이다.

체(sieve)는 물을 담지 못하고 다 흘려보내는 그릇이다. 아무리 달콤한 감로를 길어 올려도 바랄 것이 없으면 손안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이 한 줄의 그림 안에 고요히 담겨 있다. 여기서 draw는 우물물을 긷듯 애써 퍼 올리는 몸짓을 뜻하니, 부지런히 긷는데도 자꾸 새어 나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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