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ope · 오늘의 시
여한 없는 결산 —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생명의 불 앞에서 두 손을 다 녹인 한 생애; 불이 사그라드는 지금 미련도 원망도 없이 떠날 채비가 되었다고 낮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충분히 살아낸 사람의 자족과 평온

Dying Speech of an Old Philosopher

월터 새비지 랜더 (Walter Savage Landor) · 1849

I strove with none, for none was worth my strife.
나는 누구와도 다투지 않았다, 다툴 만한 이가 없었기에.
Nature I loved, and, next to Nature, Art;
자연을 사랑했고, 자연 다음으로는, 예술을 사랑했다;
I warm'd both hands before the fire of life;
나는 생명의 불 앞에서 두 손을 녹였다;
It sinks, and I am ready to depart.
불은 사그라들고, 나는 떠날 준비가 되었다.

노년에 쓴 4행 경구시. ‘On His Seventy-Fifth Birthday’라는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짐.

단상

이 짧은 넉 줄에는 한 사람이 살아온 평생이 고요히 접혀 있다. 다투지 않았다는 첫 줄은 기력이 다해서가 아니라, 겨룰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끝내 가릴 줄 알게 된 사람의 담담함이다.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생명의 불 앞에서 두 손을 녹였다는 말은, 삶을 멀찍이서 구경한 것이 아니라 그 온기 속으로 손을 뻗어 살아냈다는 뜻이다. 불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원망이 없는 이 목소리는, 살 만큼 살아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낮고 따뜻한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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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살아오는 동안, 굳이 겨루지 않아도 좋았을 것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 왔던가.

오늘의 익스프레션

“I warm'd both hands before the fire of life;”

나는 생명의 불 앞에서 두 손을 녹였다;

warm 은 몸을 데운다는 흔한 말이지만, 여기서는 삶이라는 불 앞에 두 손을 다 내밀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멀찍이 서서 온기만 쬐는 것이 아니라, 두 손을 활짝 펴 그 따뜻함 속으로 들어간 사람의 몸짓이다. 살아 있는 동안 삶을 아끼지 않고 다 누렸다는 고백이, 이 담백한 한 줄에 조용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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