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ope · 오늘의 시
멈춰 바라보는 여유 — 근심에 쫓겨 사는 삶이 아무리 바빠도, 나뭇가지 아래 서서 양이나 소처럼 오래 바라볼 틈 하나 없다면 무엇이 남는가; 쓸모를 따지지 않고 대낮 개울에 담긴 별빛을 알아보는, 그 짧은 멈춤을 삶에 되돌려 놓는 일
Leisure
W. H. 데이비스 (William Henry Davies) · 1911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근심에 쫓겨 사는 것이라면, 이 삶이 대체 무엇인가,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틈조차 우리에겐 없으니.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나뭇가지 아래 가만히 서 있을 틈도 없고
And stare as long as sheep or cows.
양이나 소처럼 오래도록 바라볼 틈도 없다.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숲을 지나면서도, 미처 볼 틈이 없다,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다람쥐가 풀숲에 도토리 감추는 그 자리를.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환한 대낮에도, 볼 틈이 없다,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밤하늘처럼 별로 가득한 개울을.
No time to turn at Beauty's glance,
아름다움이 던지는 눈길에 돌아설 틈도 없고,
And watch her feet, how they can dance.
그 발이 어떻게 춤추는지 지켜볼 틈도 없다.
No time to wait till her mouth can
그 입술이 이내 이룰 것을 기다릴 틈조차 없다,
Enrich that smile her eyes began.
눈이 먼저 지은 그 미소를 무르익게 하는 그 일을.
A poor life this if, full of care,
근심에 쫓겨 사는 것이라면, 이 얼마나 가난한 삶인가,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틈조차 우리에겐 없으니.
《Songs of Joy and Others》(1911) 수록
단상
데이비스는 한때 가진 것 없이 길 위를 떠돌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남긴 물음은 뜻밖에 단순하다. 근심에 쫓겨 나뭇가지 아래 잠깐 서 볼 틈조차 없다면, 그 삶은 무엇으로 채워진 것이냐는 것. 나이가 들수록 하루는 할 일로 빼곡해지지만, 정작 삶을 살아 있게 하는 건 양이나 소처럼 그저 오래 바라보는 그 짧은 멈춤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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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깨달음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 익숙한 하루를, 존엄의 시선으로 잠깐 다시 보기. 매일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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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가운데, 아무 쓸모도 따지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 순간이 잠깐이라도 있었을까.
오늘의 익스프레션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틈이 우리에겐 없다.
stand and stare 는 '서다'와 '바라보다'라는 흔한 두 동작을 나란히 붙였을 뿐인데, 소리 내어 읽으면 st- 로 시작하는 두 단어가 발걸음을 멈추듯 잠시 걸린다. 뜻만이 아니라 리듬으로도 '멈춤'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바쁜 날, 이 한 줄을 속으로 천천히 발음해 보면 그 자체가 짧은 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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