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ope · 오늘의 시
상실과 수용 — 남겨질 사람의 슬픔까지 미리 헤아려, 기억보다 미소를 허락하는 마음

Remember

크리스티나 로세티 (Christina Rossetti) · 1862

Remember me when I am gone away,
내가 떠나고 없거든 나를 기억해 주세요,
Gone far away into the silent land;
저 고요한 땅으로 멀리 가 버렸거든.
When you can no more hold me by the hand,
당신이 더는 내 손을 잡을 수 없고,
Nor I half turn to go yet turning stay.
나 또한 가려다 반쯤 돌아서 머무를 수 없게 되거든.
Remember me when no more day by day
내가 떠나고 없거든 나를 기억해 주세요,
You tell me of our future that you planned:
당신이 그리던 우리의 앞날을 날마다 들려줄 수 없게 되거든.
Only remember me; you understand
그저 나를 기억해 주세요. 당신도 알잖아요,
It will be late to counsel then or pray.
그때는 의논하거나 기도하기에 이미 늦으리라는 걸.
Yet if you should forget me for a while
그래도 혹 당신이 잠시 나를 잊었다가
And afterwards remember, do not grieve:
나중에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도, 슬퍼하지는 마세요.
For if the darkness and corruption leave
어둠과 스러짐이 내가 품었던 생각의
A vestige of the thoughts that once I had,
자취를 조금이라도 남겨 둔다면,
Better by far you should forget and smile
나를 기억하며 슬퍼하기보다
Than that you should remember and be sad.
차라리 잊고 웃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요.

1849년에 쓰고 1862년 첫 시집 《Goblin Market and Other Poems》에 수록

단상

기억해 달라고 두 번이나 청하던 사람이, 시의 끝에 와서는 잊어도 좋다고 말한다. 사랑은 마지막에 제 자리를 지키려 하지 않고, 남은 사람의 얼굴에서 그늘을 걷어 내려 한다. 나이가 들면 내가 없는 자리를 그려 보는 밤이 늘어나는데, 그 밤에 우리가 오래 바라보는 것은 슬픔에 잠긴 얼굴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환해지는 얼굴이다. 이 시는 죽음을 말하면서도 끝내 남겨질 사람의 하루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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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내가 떠난 뒤에도 다시 웃기를 바라는 얼굴을 하나 떠올려 본다. 아직 마주 앉을 수 있는 오늘, 그 바람을 어떤 말로 건네 둘 수 있을까.

오늘의 익스프레션

Better by far you should forget and smile / Than that you should remember and be sad.

나를 기억하며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잊고 웃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better by far A than B 는 '차라리 A가 B보다 훨씬 낫다'는 뜻으로, 두 가지를 저울에 올려 놓고 한쪽을 조용히 밀어 주는 말입니다. 여기서 밀어 주는 쪽이 '나를 잊는 일'이라는 데 이 문장의 힘이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 forget and smile, remember and be sad 두 짝이 나란히 놓여, 잊음과 웃음이 한편에 서고 기억과 슬픔이 다른 편에 서는 게 귀로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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