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ope · 오늘의 시
보이지 않아도 이미 차오르는 것들 — 눈앞의 애씀이 헛되어 보이는 자리에서, 물러선 곳에서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진전과 빛

Say Not the Struggle Naught Availeth

아서 휴 클러프 (Arthur Hugh Clough) · 1855

Say not the struggle naught availeth,
싸움이 아무 소용 없다고 말하지 말라,
The labour and the wounds are vain,
그 수고와 상처가 다 헛되다고,
The enemy faints not, nor faileth,
적은 지치지도 무너지지도 않고,
And as things have been they remain.
지금까지 그래 왔듯 그대로일 뿐이라고.
If hopes were dupes, fears may be liars;
희망이 속임수였다면, 두려움도 거짓말쟁이일지 모른다;
It may be, in yon smoke conceal'd,
어쩌면, 저기 저 연기에 가린 채,
Your comrades chase e'en now the fliers,
그대의 동료들이 바로 지금 달아나는 적을 쫓고 있을지도,
And, but for you, possess the field.
그리고 그대만 모를 뿐, 이미 그 들판을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For while the tired waves, vainly breaking,
지친 물결이 헛되이 부서지며,
Seem here no painful inch to gain,
이곳에서는 한 뼘도 나아가지 못하는 듯 보여도,
Far back, through creeks and inlets making,
저 멀리 뒤에서는, 후미와 물굽이를 돌아,
Comes silent, flooding in, the main.
큰 바다가 소리 없이 밀려들고 있다.
And not by eastern windows only,
그리고 빛이 동쪽 창으로만
When daylight comes, comes in the light;
날이 밝을 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In front the sun climbs slow, how slowly!
앞에서는 해가 더디 오른다, 얼마나 더딘지!
But westward, look, the land is bright!
그러나 서쪽을 보라, 벌써 땅이 환하다!

1849년 작, 1855년 미국 잡지 《The Crayon》에 첫 발표. 사후 시집 《The Poems and Prose Remains of Arthur Hugh Clough》(1869) 수록.

단상

오래 애써 온 사람일수록,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게 다 헛일이었나 하는 물음 앞에 서게 된다. 시인은 그 마음을 잘 알면서도 눈길을 조금 다른 쪽으로 돌린다. 눈앞의 물결은 아무리 부서져도 한 뼘을 못 나아가는 것 같지만, 저 멀리 후미와 물굽이를 돌아 큰 바다가 이미 소리 없이 차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빛도 늘 정면에서만 오지는 않아서, 앞쪽 해는 더디기만 한데 문득 고개를 돌리면 서쪽 땅이 벌써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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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온 힘을 쏟는데도 한 뼘조차 나아가지 않는 지금, 정작 내가 등지고 선 쪽에서는 무엇이 소리 없이 차오르고 있을까.

오늘의 익스프레션

But westward, look, the land is bright!

그러나 서쪽을 보라, 벌써 땅이 환하다!

정면만 바라보던 시선을, 시인은 'look' 한 마디로 슬며시 서쪽으로 돌려세웁니다. 희망을 길게 설득하는 대신, 그저 고개를 돌려 보라고 손끝으로 가리키는 것이지요. 빛이 늘 우리가 지켜보던 그 방향에서만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짧은 외침이 환하게 일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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